
시작하기 전에
전월세 계약 특약사항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특약은 마지막 안전장치지 첫 번째가 아니다.
그럼 첫 번째가 뭐냐는 얘기가 이 글임.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 받았으면 안전하다고들 한다. 절반만 맞다.
우선변제권은 집이 팔려서 돈이 남았을 때 받아갈 순서를 정해주는 권리지, 없는 돈을 만들어주는 권리가 아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확정일자만 받으면 끝인 줄 알았다….. 순서표를 받은 거였는데.)
확정일자가 지켜주는 것, 못 지켜주는 것
지켜주는 건 두 가지다.
- 전입신고 + 실제 거주 → 대항력. 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 기간까지 산다.
-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 우선변제권. 경매로 넘어갔을 때 후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받음.
여기까지는 부동산 기본 용어에 정리해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 낙찰가가 낮으면 순위가 앞서도 다 못 받는다. 순위는 나눠줄 돈이 남아 있을 때만 의미가 있음.
- 나보다 먼저 잡힌 근저당이 있으면 그게 먼저다. 을구에 은행이 이미 있으면 내 뒤가 아니라 앞이다.
-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이 먼저 배당되는 경우가 있다. 이건 등기부에 안 나온다.
-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매는 개시결정 → 현황조사·감정평가 → 매각기일 → 매각허가결정 → 대금납부 → 배당까지 단계를 전부 밟는다(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그동안 보증금은 묶여 있고 이사도 마음대로 못 감.
그래서 확정일자는 받아야 하는 것이지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순서가 아니라 돈을 보장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이런 상품이다. 집주인이 만기에 보증금을 안 돌려주면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고, 그 돈을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낸다.
확정일자가 배당 순서를 정하는 것이라면, 반환보증은 배당 결과와 무관하게 보증금 자체를 보장한다.
집이 얼마에 낙찰되는지, 낙찰이 되기는 하는지를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임. 대신 정해진 절차는 그대로 밟아야 하고, 절차를 빠뜨리면 지급이 막힌다.
이 차이를 계약 전에 알았으면 좋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파는 곳이 세 군데, 조건이 다르다
상품 조건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개요가 기준이다.
반환보증을 파는 곳은 셋이다. 이름도 조건도 다르다.
| HUG(주택도시보증공사) | HF(한국주택금융공사) | SGI서울보증 | |
|---|---|---|---|
| 상품명 | 전세보증금반환보증 | 전세지킴보증 | 전세금보장신용보험 |
| 보증금 한도 | 수도권 7억 · 그 외 5억 | 수도권 7억 · 그 외 5억 | 아파트 한도 없음 · 그 외 주택 10억 |
| 보증료율(연) | 0.097~0.211% | 0.04~0.18% | 아파트 0.229% · 그 외 0.260% |
| 누가 드나 | 제한 없음 | HF 전세자금보증을 쓰는 사람만 | 제한 없음 |
| 신청 기한 | 계약기간 1/2 경과 전 | 계약기간 1/2 경과 전 | 계약기간 1/2 경과 전 |
(2026년 9월 확인 기준 · HUG·정책브리핑·서울주거포털·KB 비교자료)
세 줄로 줄이면 이렇다.
- HUG가 제일 무난함. 전세대출을 안 썼어도 들 수 있고, 이용자도 가장 많다.
- HF가 제일 싸다. 대신 HF 전세자금보증을 쓰고 있어야 함.
- SGI는 비싼 대신 한도가 넓다. 보증금이 커서 HUG 한도를 넘으면 사실상 여기밖에 없다.
HUG와 HF는 보증금이 상한을 넘으면 아예 대상이 아니다. 수도권 7억, 그 외 5억이라는 선은 협상 대상이 아님. 이 선을 넘긴 계약에 남는 선택지가 SGI다.
들고 싶어도 못 드는 경우
여기가 실전이다. 가입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먼저 한도에서 걸린다. HUG 기준으로 주택가격 × 담보인정비율 90% − 선순위채권을 넘는 보증금은 보증이 안 된다(2026년 9월 확인 · 서울주거포털).
문제는 주택가격을 뭘로 보느냐다. 시세가 명확한 아파트와 달리 빌라·다세대는 공시가격에 140%를 곱한 값을 주택가격으로 본다. 여기에 90%를 다시 곱하면 공시가격의 126%가 나온다. 이게 흔히 말하는 126% 룰임.
공시가격 2억짜리 빌라라면 보증금이 2억 5,200만 원을 넘는 순간 가입이 막힌다.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는 3억 원까지 됐던 자리다. 공시가격 적용비율이 150%였고 담보인정비율도 100%였다.
HUG는 2023년 5월부터, HF는 2025년 8월 28일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뉴시스 2025-09-05 보도 기준). 전세사기 이후로 문턱이 계속 올라간 결과다.
한도 말고도 걸리는 게 있다.
- 선순위 근저당이 크면 위 계산식에서 한도가 그만큼 깎여서 안 됨
- 등기부에 신탁등기·압류·가압류가 있으면 거절
- 계약기간의 1/2이 이미 지났으면 그 계약으로는 못 든다
- 전입신고·확정일자·실제 거주가 안 갖춰져 있으면 안 됨
3번이 제일 아깝다. 다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갱신계약서를 새로 쓰면, 그 갱신 계약기간의 1/2이 지나기 전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지금 계약으로는 못 들어도 다음 2년은 챙길 수 있다는 뜻임.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하는 이유
여기서 전월세 계약 특약사항과 이어진다.
특약 4번이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에 협조한다. 임대인의 사유로 가입이 불가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였다. 이 한 줄이 없으면 가입이 막혔을 때 계약금을 날리거나 그냥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특약 1번(잔금일 다음 날까지 권리관계 유지)도 여기 걸린다. 잔금일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버리면 선순위채권이 늘어난다. 그러면 대항력 순위만 밀리는 게 아니라 보증 한도 자체가 줄어서 가입이 거절될 수 있음.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잡는 게 맞다.
- 계약 전에 가입 가능 여부부터 확인함. HUG 안심전세포털·안심전세앱에서 미리 볼 수 있다
- 특약에 가입 협조 + 불가 시 계약 해제 조항을 넣는다
- 잔금·전입신고·확정일자를 마치고 바로 신청한다
사고가 나면 어떤 순서로 가나
만기가 됐는데 돈이 안 나온다. 그때 밟는 순서다.
- 만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의사를 통지함. 이걸 안 하면 묵시적 갱신으로 넘어가서 보증사고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통화·문자 기록을 남기고, 확실하게 하려면 내용증명을 보낸다
- 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나도 못 받으면 보증사고가 된다(HUG 기준)
- 보증기관에 이행청구를 넣는다. 서류가 열 가지 안팎이라 미리 챙겨야 함
- 이사를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이 먼저다. 등기부에 임차권이 올라간 걸 확인하고 나서 짐을 뺀다
- 심사 후 지급. 문제가 없으면 청구부터 지급까지 한 달 안팎이지만, 신청이 몰리면 더 걸린다
4번을 건너뛰면 큰일 난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로 전출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사라진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이라도 촉탁등기가 되면 그때 효력이 생긴다(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집주인이 연락을 피해도 진행된다는 뜻임.
비용도 생각보다 안 든다. 임대인 1명·임차인 1명·주택 1개 기준으로 인지 2,000원 + 등기수입증지 3,000원 + 송달료 31,200원 + 등록면허세(지방교육세 포함) 7,200원 = 43,400원이다(법제처 기준). 게다가 이 비용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
몇만 원 아끼려다 몇억을 놓치는 자리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료는 얼마고, 지원은 있나
보험료는 원칙적으로 세입자가 낸다.
HUG 기준 연 0.097~0.211%다. 보증금 3억이면 1년에 대략 29만~63만 원 선. 정확한 요율은 주택 유형과 부채비율에 따라 갈린다.
(솔직히 처음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지키려는 금액과 나란히 놓고 보니 얘기가 달라졌다.)
지원 사업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함께 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인데, 요건과 금액이 지자체마다 다르다. 서울시 기준은 이렇다(2026년 9월 확인 · 서울주거포털).
| 구분 | 소득 요건 | 지원 |
|---|---|---|
| 청년(19~39세) |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 납부액 전액(최대 40만 원) |
|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 부부합산 7,500만 원 이하 | 납부액 전액(최대 40만 원) |
| 그 외 |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 납부액의 90%(최대 40만 원) |
공통 조건은 무주택, 임차보증금 3억 원 이하, 그리고 보증료를 이미 낸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청은 정부24나 안심전세포털, 관할 구청에서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이 하는지는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대 40만 원이 상한이라 보증료 전액이 아닐 수도 있지만, 신청 안 하면 한 푼도 안 돌아온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정리
- 확정일자와 대항력은 순서표다. 나눠줄 돈이 없으면 순위가 앞서도 소용없음.
- 반환보증은 배당 결과와 무관하게 보증금 자체를 보장한다. 확정일자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 파는 곳은 HUG·HF·SGI 셋. HUG가 무난하고, HF는 싼 대신 전세자금보증 이용자만, SGI는 비싼 대신 HUG·HF 한도를 넘는 보증금도 받아준다.
- 빌라·다세대는 공시가격의 126%가 사실상 상한이다. 공시가격 140% × 담보인정비율 90%.
- 계약기간의 1/2이 지나면 그 계약으로는 못 든다. 대신 갱신계약을 새로 쓰면 그 기간 기준으로 다시 신청할 수 있음.
- 가입 가능 여부는 계약 전에 확인한다. 계약금 넣고 알아보면 늦다.
- 사고가 나면 만기 2개월 전 갱신 거절 통지가 출발점이다. 이걸 빠뜨리면 묵시적 갱신으로 넘어간다.
- 못 받은 채로 이사할 거면 임차권등기명령이 먼저다. 43,400원이고, 그 비용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집이라면,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맞다. 심사에서 걸렸다는 건 기관이 그 집을 위험하다고 판정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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