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라즈베리파이로 블로그 돌리면 안 되나 — 해킹당하고 접었다

코드 에디터와 터미널이 열려 있는 개발자 모니터 화면 — IT·개발 카테고리 이미지

시작하기 전에

호스팅 업체 비교 — cafe24 vs Vultr vs Cloudways에서 호스팅을 고르면서 계속 머리에 맴돌던 생각이 있다.

“집에 라즈베리파이 있는데, 그걸로 돌리면 호스팅비 굳는 거 아닌가?”

계산은 그럴듯했다. 8GB 모델이 14만원쯤 하고, 그 뒤로는 전기값 말고 나가는 게 없다. 월 450원짜리 호스팅이라도 몇 년 쌓이면 어차피 비슷해지지 않나 싶었음.

결론부터 말하면 접었다. 그리고 접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돈이 아니라 보안이었다.

어두운 배경 위에 놓인 라즈베리파이 보드
개발·테스트용으로는 훌륭하다. 문제는 “공개 서버”로 쓸 때다

계산이 맞긴 한가

먼저 돈부터 따져봤다.

항목라즈베리파이cafe24 스타트업
초기비용14만원 (8GB 모델)0원
월 비용전기값 (몇백원)450원
3년 총액15만원1.6만원

숫자를 뽑아보니 오히려 호스팅이 10배 싸다. “월 비용 0원”에 혹해서 초기비용을 빼먹고 계산했던 거다.

여기서 이미 답이 나왔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나머지도 따져봤다;

약관부터 걸린다

KT 같은 통신사 가정용 인터넷 약관에는 “사업용, 상업용 등 소매용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제한 조항이 있다.

비영리 개인 서버는 실제로 제재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근데 애드센스로 수익을 내는 블로그는 정확히 “상업적 이용”에 해당한다. 리스크 프로필이 아예 다르다는 뜻임.

SK나 LG유플러스는 아예 포트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시작조차 못 한다.

업로드 속도가 발목을 잡는다

이것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가정용 회선은 다운로드는 빠른데 업로드가 훨씬 느리다. 그런데 블로그 서버가 하는 일은 방문자한테 페이지를 보내주는 거다. 즉 업로드다.

느린 업로드 = 느린 로딩 = 구글 SEO 순위 하락으로 바로 이어진다.

이미지 압축과 WebP — 700MB로 버티는 법에서 이미지 용량을 75% 줄이겠다고 애쓴 게 좀 허무해지는 지점이다. 회선이 병목이면 그 노력이 다 상쇄됨.

밤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빛 궤적
집 인터넷의 업로드 속도가 방문자 전원이 겪는 속도의 상한이 된다

가동률 — 블로그가 죽어있는 시간

집에서 돌리면 이런 게 다 다운타임이다.

  1. 정전
  2. 공유기 재부팅
  3. 통신사 IP 변경 (DDNS 따로 붙여야 함)
  4. 청소하다 코드 뽑음

블로그가 죽어있는 시간은 방문자 손실 + 수익 손실 + 구글 신뢰도 하락 3종 세트다. 구글은 반복적으로 접속 안 되는 사이트를 좋게 안 본다.

(내가 여행 가 있는 동안 정전 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좀 식었다.)

실제로 뚫렸다

여기가 이 글 쓰는 진짜 이유다.

해킹당해서 클로드 80만원치 토큰비 빠져나감… (나중에 환불받긴 함ㅠㅠㅠㅠ)

중요한 건 상황이다. 나는 포트포워딩을 안 했었다. 외부에 직접 열어둔 포트가 없었다는 뜻이다. 대신 Tailscale로 VPN을 붙여서 나만 들어가는 구조로 써왔음.

그런데 뚫렸다.

VPN 클라이언트 자체가 공격 경로가 될 수 있다.

포트를 안 열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그냥 깨진 거다. “집 네트워크를 외부에 노출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말이 반쪽짜리였음.

이게 개인 파일 서버였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수익형 블로그를 여기 올릴 생각이었다는 게 뒤늦게 아찔했다. 방문자 데이터가 오가는 서버가 내 집 네트워크 안에 있고, 그게 뚫린 상태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일이 있고 나서 cafe24 신청 화면에 있던 wp-admin 국내 접속 제한 옵션이 갑자기 고맙게 느껴졌다..! 해외발 무차별 로그인 시도를 기본으로 막아주는 건데, 예전 같았으면 그냥 껐을 것 같다.

보안은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한 것 같다;

확장성의 역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트래픽이 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에 집 회선이랑 라즈베리파이가 병목이 된다. 잘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터진다는 뜻이다.

호스팅은 요금제를 올리면 끝나는데, 집 서버는 회선부터 바꿔야 한다. 호스팅 업체 비교에서 “호스팅 이전은 도메인 비용이 사실상 없다”고 썼는데, 집 서버는 그 유연함 자체가 없다.

그럼 라즈베리파이는 뭐에 쓰나

버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용도를 나누면 된다.

용도적합?
개발·테스트용 로컬 서버⭕ 아주 좋음
홈 미디어 서버, 개인 파일 서버⭕ 무난
홈 어시스턴트, 자동화⭕ 좋음
공개 수익형 블로그 서버❌ 비추천

나도 라즈베리파이는 계속 쓴다. 다만 밖에서 접속하는 서비스는 안 올린다.

정리

  1. 돈부터 안 맞는다. 초기비용까지 넣으면 3년 기준 호스팅이 10배 싸다.
  2. 가정용 인터넷 약관상 수익형 블로그는 “상업적 이용”이다. 통신사가 포트를 막는 경우도 있음.
  3. 가정용 회선은 업로드가 느리다. 로딩 속도가 느려지고 SEO에 직접 영향이 간다.
  4. 정전·재부팅·IP 변경이 전부 다운타임이다. 죽어있는 시간 = 수익 + 신뢰도 손실.
  5. 포트포워딩을 안 했는데도 뚫렸다. VPN 클라이언트가 공격 경로가 될 수 있다. 이게 접은 결정적 이유다.
  6. 트래픽이 늘기 시작하는 시점에 병목이 된다. 잘 될수록 문제가 커지는 구조.
  7. 라즈베리파이는 개발·테스트용으로 쓰고, 실제 서비스는 호스팅에 올리는 게 맞다. 월 몇백원이면 위 문제가 거의 다 사라진다.

포트포워딩을 안 했는데도 뚫렸다. 이게 집 서버를 접은 결정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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